솔직히 저는 웹소설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.
최근 읽었던 소설이라고 해봐야 오래전에 비디오대여점에서 읽었던 영지물 정도만 기억에 남아있는 상태고
나머지는 죄다 가끔씩보는 야설정도밖에 없는데 뭐 어쩌겠습니까.
웹소설이란걸 접한 기간? 반년도 안됩니다. 레알 알못 그자체라는 소리입니다.
일 그만두고 앰생 백수로 산 지가 거의 반년차, 남은 인생 어차피 답도 없고 에라 모르겠다 소설이라도 써보자, 근데 뭘 어떻게 써야하지? 몰라 시이바-그냥 남들이 쓴거 아무거나 여러개 읽어보고 배워야겠다고 생각해서 시작된
기약없는 노벨피아 사이트 방랑길.
뭘 읽고 배워야 할 지 조차 막막하던 그 때, 옛날옛적 바다사나이들의 지침표가 되어주었던 북두칠성같은 존재가 제 눈앞에 나타난 것이었습니다.
최근 진행하고 있는 웹소설공모전 본선진출작 50편이면
보고 배우는걸 넘어서 나도 등단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품은채
눈에 띄는 작품 하나를 찍먹하기로 했습니다.
오늘 찍먹해볼 작품은 바로 이것
박인강 작가님의 [교단을 탈주한 나에게 딸이 생겼다]입니다.
노벨피아 - 웹소설로 꿈꾸는 세상! - 교단을 탈주한 나에게 딸이 생겼다. (novelpia.com)
정성스럽게 그려진 저 귀염뽀짝한 표지를 보십시오. 무려 작가가 직접 그린거라고 하니, 본인이 낳은 작품에 대한 애정도가 높다는 것이 벌써부터 눈에 보이지 않습니까?
이건 충분히 찍먹하다못해 완결까지 정주행할 가치가 있어보입니다.
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, 이 작품은 부성애가 치사량으로 첨부된 웹소설입니다.
자기 딸내미 머리끄댕이 잡아댕긴 미취학 아동 머리에 바람구멍 뚫으려고
옥상에서 저격총을 겨누는 이야기가 프롤로그에서 먼저 튀어나오니 치사량인건 확실합니다.
교단에서 탈출했다는 이 딸바보 아빠의 과거 또한 기구하기 짝이 없습니다.
5살 전까지 교단에 있는 마술사인지 뭔지하는 애들한테 약물 기계 등을 이용한 신체개조를 당한 이후, 하얗게 떡칠된 밀실에 넣어지게 됩니다. 이 때 나이가 고작 다섯살.
이것만으로도 사탄도 거를 수준인데 이름 대신 427호라는 넘버링만 붙여줍니다.
아무튼 여기서 425호라는 여자애를 만나게 되는데, 이놈 이거 벌써부터 발랑 까져가지고는
"내 머리 까맣고, 쟤 머리는 하얀색이니까 잘 어울리네 쿠쿠루 삥뽕" 거리면서 머릿속에 꽃밭을 펼치고 있었던 것입니다.
그러던 와중에 이놈의 감독관들이 뜬금없이 칼, 총, 망치 등등 오만가지 흉기들을 미취학아동들 앞에다 던져놓고는 이 중 하나만 골라서 집어들라고 합니다.
이 때 주인공의 선택이 좀 어이가 없는데
"예전에 주사 맞았을때 아팠으니까 이걸로 찌르면 다른 사람들도 아파하겠지?" 라는, 지극히 유아틱한 발상을 하면서, 팔목에서 팔꿈치 정도보다 살짝 짧은 바늘을 무기랍시고 집어들었습니다.
나중에 425호가 "우리 몸 작으니까 휘두르기 좋은 무기가 좋다"라고 말하는걸 보니,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잘 된 일이긴 합니다.
아무튼 주인공이 "우왕 이거 디게 튼튼하다잉~"이러면서 바늘을 만지작 거리던 그 때, 행정반에서 또다시 방송이 전파되니
테스트 담당관이 지난주에 오징어게임을 보고 영감이라도 받았는지
"24시간내에 서로 죽여라"라는, 다소 뜬금없는 지시를 내립니다.
근데 뭐 방금전까지 첫사랑이니 뭐니 하면서 대가리에 꽃집 차리던 애들이 뭐 죽이겠습니까
425호와 427호는 서로 '응~니가 나 못줄일줄 알았어 쿠쿠루삥뽕' 거리고 있고
그걸 본 관리자놈은 배알이 꼴렸는지, 독가스를 뿌려놓고는 '응~ 니들 서로 안죽이면 가스 계속나옴~수고~'이 ㅈㄹ
결국 425호는 주인공인 427호를 살리기 위하여
"어이-살아라"를 시전하고는 자살을 해버리니
이렇게 선별된 427호는 교단으로 부터 바늘을 사용한 암살술을 배우고, 이후에 소위 넘버링이라 불리는 상위티어로 승격하게 됩니다.
네 맞습니다. [바늘]로요.
저거, 그냥 바늘이 아니라, 메가진화한 독침붕 똥고바늘이었군요.
뭐 나중에 이리저리해서 라일라라는 교단 포로랑 같이 탈주하고, 똥꼬바늘 다섯개달고 다니던 독침붕 427호는 이 여자에게 서이철이라는 이름을 받게됩니다. 이 때 나이가 밝혀지는데 25세랍니다. 그리고 인종은 당연하게도 둘 다 한국인.
이후 주인공이 딸처럼 키우게 될 여자아이를 어찌저찌 만나고, 라일라라는 여자와 함께
리얼라이프 육아시뮬레이션을 진행하는 이야기가 이 소설의 주요 내용입니다.
*웹소설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이오니, 직접 읽어보시는걸 추천드립니다.
사실 [암살자와 갈 곳 없는 소녀와의 동행] 이라는 주제는 의외로 역사가 깊습니다.
뤽 베송 감독의 [레옹]이라는 작품이 대표적이지요.
이런 주제를 차용한 작품들은 주로 '암살자의 마음의 빈 곳을 소녀의 순수함이 메꾸는', 또는 '서로가 가진 아픈 상처를 치유하는' 과정을 주된 내용으로 내세우곤 합니다.
심적으로나 물질적으로나 서로 기댈 곳 없는 두 사람이 유사가족을 이루고, 가족애를 형성하며, 그렇게 형성된 가족애로 서로를 치유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독자들에게 소소한 감동을 줍니다.
[교단을 탈주한 나에게 딸이 생겼다] 또한 이러한 주제를 채용한 작품들 중 하나로 보여집니다.
하지만 이 작품은 좀 다른양상을 보여주는데, (어디까지나 제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) 뭔가 인간으로써 크게 결여된 모습을 보여주거나 그렇지는 않았던것 같습니다.
나사가 빠진 모습을 좀 보여주긴 하는것 같은데, 이런 모습은 주인공보다는 주변 인물 중 하나인 라일라에게서 더 자주보여집니다.
그러니까, 레옹의 모습보다는 요츠바랑과 같은 일상물의 모습을 더 자주보여준다는 말씀입니다. 애초에
#일상 이라는 태그가 박혀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거긴 합니다.
부모가 아이를 육아할 때 보여지는 모습들을 묘사하는데에 더 집중하되, 소위 탈주한 암살자로써의 아이덴티티를 지키기 위해 중간중간 시리어스한 이야기를 집어넣어, 긴장감을 살리는 방향으로 갈 예정인것 같습니다.
제가 쓸데없이 말을 길게 해서 '어? 이 소설 별로라는 소리를 하려고 하나?'라고 생각하실 분들 있을까봐
말씀드리는건데
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소설, 재밌습니다. 괜히 공모전 본선에 진출한 작품이 아니란 말씀입니다.
웹소설 특유의 빠른 템포와 작가의 필력이 맞물려서 굉장히 잘 읽히며, 은근슬쩍 암살단과 관련된 떡밥들을 풀어주면서 독자들의 흥미와 호기심에 계속 장작을 넣어줍니다.
거기다 가벼운 개그성 해프닝들을 넣어 독자들에게 감칠맛과도 같은 재미 또한 선사합니다.
다만 이 소설의'재미'는, [레옹]류의 미디어에서 느낄 수 있는 '재미'와는 속성 자체가 틀리다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이다, 이 말입니다.
피와 살과 기타 음란한 체액들이 난무하는 다른 웹소설들을 읽을 기분이 들지 않는다면...
오늘 하루, 박인강 작가님의 [교단을 탈주한 나에게 딸이 생겼다]를 읽어보는건 어떨까요?
분명 메가독침붕으로 진화한 우리의 레옹은, 독자 여러분을 실망시키지 않을겁니다.
리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. 오늘 하루도, 알차게 보내주시길 바랍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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